몰입의 즐거움
<몰입의 즐거움>을 오랜만에 꺼냈다.
책을 읽을 때 날짜를 표기하는 버릇이 있는데, 표지 안에 적힌 날짜는 2007년 4월이다. 서른하나였으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일 년이 지난 시점쯤 된 듯하다. 정신없이 일할 때였다. 그때 왜 이 책을 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들었던 강연에서 언급해서였는지 아니면 광고를 보고 알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거의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른 책을 보려고 책장을 살폈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빼 들었고, 230여 페이지 중 100여 페이지를 읽었다. 현시점에서는, 본론으로 들어간 느낌은 아니고, 전반적인 설명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를 나누면, 크게 ‘일’과 ‘여가’인데 몰입하는 연구와 사례들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일이든 여가든, 사람은 몰입할 때 행복을 느낀다는 거다.
몰입한 순간을 떠올려보면, 정말 그렇다.
커다랗고 푹신한 쿠션에 몸을 푹 파묻은 느낌일 때가 있었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 1~2시간 정도 지났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4~5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놀랍기까지 했다. 그런 순간들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행복이 맞다. 행복과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도 있다. 일시적인 즐거움이다. TV를 보거나 오락하는 등 집중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다. 여기서 몰입과 일시적인 즐거움의 차이가 발견된다. 처음 필요한 집중이다.
집중
몰입은 처음에 집중하는 노력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 즐거움은 그런 노력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이 몰입의 즐거움을 알지만 몰입하는 활동보다 일시적인 즐거움으로 빠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처음에 집중하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런 노력 없이도 즐거울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문제는, 이런 활동의 특징 중 하나가 멈추는 순간 헛헛한 마음이 든다는 거다. 그래서 더 강력한 즐거움으로 빠지면서,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 따라서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것과 그렇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다.
몰입하는 시간이 많은가? 일시적인 즐거움에 빠지는 시간이 많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행복으로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쾌락으로 향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렇다고 TV를 보거나 오락하는 등 일시적인 즐거움이 잘못된 건은 아니다. 때로는 필요하다. 항상 몰입할 순 없지 않은가? 습관적으로 그냥 하는, 일시적인 즐거움에 빠지는 것을 주의할 필요는 있다는 말이다. 의식하면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질문을 수시로 하면서 의식하고 알아차리도록 해야겠다.
“무엇이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가?”
“그것이 진정, 행복으로 이끄는가?”
관계의 중요성
몰입의 즐거움인데,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사람 관계에서 바람직한 질서를 유지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한다. 하나는, 나와 타인의 목표 사이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협상의 조건과도 같다. 서로가 이득이 되는 지점이 만나는 곳이 있어야,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나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여야 바람직한 질서가 유지된다는 말이다. 경청의 원리와도 같다. 내가 먼저 들어주지 않으면, 타인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관계의 중요성에서, 가정상(家庭像)도 언급된다.
가정은 가장 작은 공동체라는 말도 있듯이, 관계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주장을 발견한다. 사실 나도,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예전에 ‘평화’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때도 비슷하게 서술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이 내용을 소개하고 언급하도록 하겠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우애가 돈독한 가정에서는 오히려 언쟁을 많이 벌인다. 정말로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피하기에 급급하다.”
평온한 상태
어떤가?
공감되는가? 언쟁을 많이 벌이는 가정이 돈독하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언쟁만 벌이지, 돈독하진 않은 것 같으니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언쟁’을 좀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저자의 의도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 생각은 이렇다. 언쟁은 서로의 다른 의견에 대한 주고받음이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서로 이야기하니,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긴 어렵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온다. 싸움은 다르다.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이 이거다. 언쟁이 아닌 싸움이기 때문에 돈독하지 않은 거다. 싸움은 자기 생각을 나누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그냥 내가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서로가 이기려는 생각만 하니, 시간이 지나도 다른 것으로 전이돼서 또 싸우게 된다. 싸움만 반복되니 돈독해질 시간이 없다.
‘평화’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다.
집안이 고요하면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각자의 방에서 핸드폰이나 TV만 보는 상태라면 말이다. 서로에게 관심도, 대화도 없이 자기 것만 하는 그런 가정을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언쟁을 피하려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 공간에 있다고, 함께 있는 건 아니다. 마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지 아니면,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지 말이다. 마음이 서로 일치해야 함께 한다고 말할 수 있다.